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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스러운 미국 현실에 대한 한탄 <No Country for Old Men>

  • 작성자 사진: gamjacine
    gamjacine
  • 2023년 8월 8일
  • 1분 분량
영화는 나이 든 보안관이 오늘날의 텍사스의 모습을 한탄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며 텍사스 사막 풍경을 비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1980년 여름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때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직후로 전쟁에서 패배한 미국이 갖은 사회적 혼란을 겪을 시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이 주가 되지는 않지만 영화 곳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고, 어찌 보면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영화의 주요 테마와도 어우러진다.

영화를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인물인 안톤 쉬거는 동전 던지기로 살인 여부를 결정하는, 통상적이지 않은 인간이다. 그의 광기 넘치는 눈빛에는 감정이 별로 녹아있지 않다. '내 목표에 방해되는 존재라면 없애버린다!'가 그의 신념이라면 휴게소 주인한테 동전 던지기를 시전하지 말았어야 한다. 결국 그는 살인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며 '동전 던지기'처럼 50 대 50의 확률로 살아온 본인의 삶의 태도가 다른 이들을 대하는 방식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제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생각한 의미는 노인이 약자를 통칭하는 것이고, 결국 약자가 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그만큼 세상은 무자비하고 혹독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해석보다는 노인이 지성인, 혹은 경험이 많은 자이고, 이 세상을 길게 살아온 사람일지라도 미래는 예측 불허하며 피해 갈 수 없는 재앙은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으로 보인다. 보안관 벨이 나이가 많은 등장인물 중 하나인데, 그가 지혜로운 캐릭터처럼 비치지만 결국 아무 일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는 또한 모스와 벨의 대비되는 인물상으로 '선택'의 가치를 질문하고 있기도 하다. '할까 말까'라는 갈림길에서 모스는 무조건 '한다'를 선택하는 인물로, 관객의 입장에서 주인공 버프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을 뒤집는 게 이 영화다. 결국 예측 불허한 혼돈을 관객이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음악 하나 없이 서스펜스를 완벽하게 그려낸 이 영화의 연출력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안톤 쉬거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단발 스타일링은 뚜렷한 캐릭터성에 있어서 cherry on top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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