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Midsommar : 지나간 연인은 잊고 완전한 소속감에 빠지자
- gamjacine
- 2023년 9월 6일
- 3분 분량
아리 애스터 영화를 미드소마로 처음 접했다. 어쩌다 보니 감독판도 보게 되었는데..
미드소마 줄거리는 이렇다.
가족의 죽음을 겪고 남자친구의 실망스러운 행동으로 불안한 심리 상태인 대니. 우연히 남자친구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을 따라 스웨덴의 호르가 마을 하지제에 가게 된다. 90년에 한 번 열리는 9일동안의 축제동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진다. 인간의 생애를 4개의 계절로 나누어 72살이 된 노인 두 명이 절벽에서 떨어져 공개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의도적인 근친을 통해 경전을 쓰고 약물이 첨가된 음료를 계속 권하는 일 등이 그렇다. 하지제를 주제로 한 졸업 논문에 공을 들이는 조쉬는 경전을 몰래 사진으로 남기려다 행방불명 되고, 그밖에 마을에 방문한 외부 사람들이 한두 명씩 사라진다. 대니는 경연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승리하게 되며 5월의 여왕이 되어 마을 사람들의 축하를 받지만, 마야라는 젊은 여자의 성교 상대로 발탁되어 관계를 맺는 크리스티안을 보고 또 한 번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미드소마의 마지막 단계로 아홉 명의 영혼을 바칠 때 대니는 마비되어 몸과 입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크리스티안을 지목하고, 그렇게 대니를 제외한 모든 외부인은 목숨을 잃고 대니의 진정한 미소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해할 수 없는 의식과 언어, 복장, 공간,,, (ex.노란 삼각형 오두막)등 마을에서는 이상한 점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아리 애스터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정신적 이상’이듯 미드소마에서는 이를 자아내는 도구로써 약물이 굉장히 자주 등장한다. 호르가 마을은 가는 길부터 어딘가 이상하다. 차로 몇 시간을 달려 깊숙한 어딘가로 향해 가야하며 처음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환각 버섯으로 정신적 이상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마을의 이상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교적 무감각해진다. 사람들의 생명이 마을의 전통과 의식에 의해 쉽게 사라지는, 그리고 어딘가 짜맞추어진듯 남녀노소 모두가 의식에 따르는 모습은 공포감을 자아낸다.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
가족의 문제로 불안에 떠는 대니, 그리고 온전한 안정을 주지 못하는 그의 남자친구 크리스티안. 누구에게나 그렇듯 너무나도 크고 중요한 존재인 ‘가족’에게서 일어나는 크고 중요한 생사문제가 대니를 휘덮고 있다. 이를 대니는 크리스티안이 함께 걱정하고 공감해주며 해결의 길로 나아주기를 원하지만 크리스티안은 별 일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대니가 자신에게 걱정을 쏟아내는 그 상황을 빨리 회피하고자 적당한 리액션으로 넘겨버리며 대니가 원하는 남자친구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티안은 펠레의 초대로 논문 주제에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약간의 기대와 함께 스웨덴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고, 이를 대니에게 말하지 않았다. 대니가 알게 되자 당연히 분노하고, 크리스티안은 원래 깜짝 선물로 같이 가자고 말하려 했다며 거짓말로 또 한 번 상황을 회피한다. 대니는 이를 모르고 그저 기분 좋게 승낙하고, 마을의 축제(미드소마)를 생일을 맞아 슬픔을 이겨낼 방법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72세를 맞이한 두 노인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대니는 또 한 번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크리스티안은 사실 크게 충격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둘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크리스티안은 대니와 같은 심정이라는 듯한 말을 하며 이해하는 척을 한다. 솔직하지 못한 것.
이에 반해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니를 대하는 펠레의 태도이다.
펠레는 대니에게 스웨덴 마을에 함께 가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한다. 생일을 제때 제대로 챙겨주는 유일한 존재이며 대니의 기분을 생각하여 몰래 크리스티안에게 귀띔해주기도 한다. 그 둘의 관계를 망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대사에 나오듯 펠레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망으로 고아가 되었고 이 마을이 자신을 받아주어 진정한 가족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곳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펠레는 대니 또한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즉, 친구들을 속이고 외부와 단절된 마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료로서 이용한 펠레는 사실 대니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녀에 대한 순수한 호감을 바탕으로 대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인물에 가깝다.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대니를 맞이하고 싶었던 것이다.
반면 크리스티안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며 회피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대니를 사랑하지 않지만 이별을 위해 현실을 직면하는 일, 진실된 대화, 본인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일, 대니의 슬퍼하는 모습을 마주하는 것 등 이 모든 피곤한 일을 본인은 겪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논문 주제까지 빼앗아가놓고는 본인이 선점한 것 마냥 먼저 마을 장로에게 말을 하는 등 뻔뻔함까지 갖추고 있다. ‘나는 끝까지 잘못 없어’라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끊임없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어찌보면 호르가 마을의 하지제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모습을 제쳐두고, 한 커플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아리 애스터가 연인과 헤어지고 이 영화를 생각했다는 인터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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